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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2일 중국 가수 겸 배우인 통줘는 라이브 방송 중 "대학 시험을 두 번 봤다"는 말을 해 입시 비리 의혹을 불러왔다. [웨이보]
시작은 말 한마디였다.
[박성훈의 차이나 시그널]
中 연예인, 대학 입학 부정 전모 드러나
산시성 당 간부, 아들 학적 위조 지시
당원 자격 위조해 대학 합격 지원
교육국ㆍ학교장 등 14명 공범
산둥성도 247명 대학 부정 입학
中 전역서 부정 합격자 속출
“대입 시험 스트레스는 정말 크죠. 저도 두 번 시험 봤어요. 마음에 드는 대학에 꼭 가고 싶었거든요. (눈을 약간 찌푸리면서) 근데 제가 (대학) 들어갈 때 참 많은 일들이 있었죠”
지난 5월 22일 통줘(仝卓·26)는 중국 라이브 비디오 플랫폼 ‘이즈보’(一直播·NO1라이브)에서 평소처럼 개인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중국에서 꽤 유명한 연예인이다. 2017년 영화 ‘독신남의 휴일’로 데뷔한 뒤 2018년 국내 ‘팬텀싱어’와 유사한 음악경연 프로그램인 후난TV ‘슈퍼보컬 시즌1’에서 우승하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이듬해인 201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의 OST 주제가를 부르며 인기를 입증했다. 예능과 음악 무대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실시간 방송을 타면서 하루아침에 중국판 입시 비리의 ‘주연’이 됐다.
통줘가 나온 학교는 중국희극학원이다. 중국 3대 예술대학 중 한 곳으로, 한국에 잘 알려진 영화배우 궁리(鞏悧), 장쯔이(章子怡), 탕웨이(湯唯) 등을 배출했다. 그런데 중국희극학원은 고등학교 졸업 전에만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재수생은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시험을 두 번 봐서 대학에 들어갔다”고 했다. 어떻게 입학했다는 것일까.
통줘는 중국 산시성 린펀시 당 간부인 아버지를 통해 학적을 위조한 뒤 재시험을 봐 대학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웨이보 캡쳐]
아버지는 통톈펑(仝天峰·51)은 중국 산시성 린펀시 인민대표자회의 부비서장이었다. 당 고위 관리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여론은 나날이 악화했고 결국 29일 중국 중앙 교육부 차원에서 공식 조사 방침이 발표됐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문제가 있으면 엄단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곧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통줘는 2012년 6월 치러진 해방군 예술학원 입시에서 떨어진다. 이 학교는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총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시험에 응시했을 당시 그의 이름은 리전화(李振华)였다. 이혼한 어머니에 받은 이름을 썼다. 계부였던 통톈펑 부비서장은 그의 성과 이름을 통줘로 바꾸도록 한 뒤 베이징에 있던 그를 린펀(临汾)시로 불러들였다.
산시성 린펀시 인민대표자회의 부비서장인 통톈펑은 당, 교육청, 학교장 등 14명과 공모해 아들 통줘의 학적과 당적을 위조했다. [바이두 캡쳐]
두 달 뒤인 8월, 통톈펑은 시 교육국 자료조사과장 등 2명에게 통줘의 가짜 학적을 만들게 했다. 이미 베이징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를, 개명한 이름에 맞춰 린펀시 고등학교 3학년 생인 것처럼 학적을 조작한 것이다. 모든 것이 학적 중심으로 이뤄지는 중국에서 중범죄 행위였다. 이어 린펀시 제2중학교장(한국의 고등학교 격)이 전학 절차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교무처, 학적관리 교직원 실무자 2명이 연루됐다. 당 고위 간부 아들에 가짜 학적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시, 교육청, 학교 등 공무원 8명이 공모했다.
입시 비리 어떻게 가능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해 10월 전학한 통줘는 이듬해 6월 다시 중국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 응시했다. 두번째 응시한 그는 여전히 당원 자격이 없었다. 린펀시 당 조직부부장 등 2명은 교육 훈련 절차도 밟지 않은 통줘의 관련 서류를 조작해 그를 당원으로 둔갑시켰고, 제2중학교 당 지부서기와 당 교육부 주임 등이 가담했다. 통톈멍 부비서장의 지시 하에 이를 배후 조종한 인물이 시 교육국장인 리진펑인 사실도 드러났다.
학적 조작과 부당한 당원 자격 취득을 통해 통줘는 2013년 8월 대학에 들어갔다. 당 고위 관리인 아버지의 ‘뒷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산시성 정부는 통톈멍을 포함한 관련자 15명의 직위를 박탈했고 검찰은 이들을 기소한 상태다. 중국희극학원 역시 사과 성명과 함께 통줘의 졸업 자격을 취소했다.
펑파이 신문은 산둥 방송대 135명, 지난대 36명, 짜오장대 20명 등 산둥성 15개 대학에서 247명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대학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펑파이 캡쳐]
이같은 사실 알려지면서 중국 내 입시 비리 문제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과거 명의도용 통해 대학 부정 입학한 사례가 뒤늦게 잇따라 폭로되기 시작했다.
산둥성, 입시 부정 적발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는 산둥 방송대 135명, 지난대(济南大) 36명, 중국 해양대 2명 등 산둥성 15개 대학에서 247명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대학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2년간 각 대학이 학내 명의도용 사안으로 입학을 취소했다고 공개했던 개별 사례들을 재취합했다. 해당 학교들이 조용히 넘어가려 했으나 그러기 힘든 분위기가 됐다. 산둥성 교육청이 재조사에 착수했다. 부정 입학 학생 한명, 한명마다 '고구마 줄기'처럼 불법 연루자들이 줄줄이 달려 나올 공산이 크다.
천춘시(36)는 2004년 산둥이공대에 응시해 불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최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입학해 졸업한 사실을 알았다. 당시 명의도용 브로커는 돈을 받고 대학과 공모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보 웨이보 캡쳐]
최근 중국 정부가 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신원 정보를 통합 조회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과거 숨겨졌던 명의도용 입학 사례까지 뒤늦게 터져 나오고 있다. 신경보(新京报)는 지난 2004년 산둥 이공대에 지원해 불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최근 다른 사람이 본인의 이름으로 합격해 대학을 졸업한 사실을 알게 된 피해 여성 사례를 전했다. 현재 36살의 유치원 교사인 천춘수(陈春秀·36)는 “그때 대학에 들어갔더라면 지금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조사 결과 명의를 도용한 여성은 당시 입시 브로커에 2000위안(34만원)을 주고 대학에 부정 입학했으며 현재까지 16년간 당시 합격자의 이름으로 살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판 '금수저'의 말 한마디에 입시 비리라는 거대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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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1, 2020 at 10:3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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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학교도 조작했다···中 뒤흔든 '금수저' 연예인 입시비리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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