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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판례로 살펴보는 연예인-기획사 '노예계약' -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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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발생하는 법률 분쟁은 전속계약 문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속계약 즉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이란 연예기획사가 연예인의 연예 업무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예인은 연예기획사를 통해서만 연예 활동을 하며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는 연예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다(대법원 2017다258237). 

연예인이 기획사를 통해서만 연예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연예인의 모든 활동이 기획사에 구속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연예인이 불성실·무성의한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른바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불공정 계약을 체결하면 두고두고 고생하게 된다.

그런데 전속계약이 체결되는 모습을 살펴보면 연예인이 신중히 검토한 후 전속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명 신인은 전속계약 체결만으로도 감지덕지해 기획사에 계약조항의 수정 등을 요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다 연예 활동을 하면서 족쇄가 되는 불공정 조항으로 고민하게 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발생하는 법률 분쟁은 전속계약 문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8 싸이 흠뻑쇼 섬머 스웨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전속계약의 대표적인 불공정 조항으로는 △장기간의 계약 기간 △​일방적인 손해배상액 예정조항  △​일방적인 스케줄 설정 조항 등이 있다. 

① 전속계약에서 10년이 넘는 계약 기간 조항은 무효이고, 7년의 계약 기간 조항도 사안에 따라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전속계약에 따르면 10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원고는 피고의 연예 활동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나치게 긴 기간 동안 원고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라고 보고 계약 기간 조항을 무효로 봤다(2009나38065).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년이 넘으면 연예인이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공정위 표준계약서에 따라 계약 기간을 7년으로 정했다면 계약 기간 조항은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소속사의 투자가 연예인의 연예 활동으로 거둔 이익보다 훨씬 많았던 사정이 고려됐다(2015가합19327).

② 계약위반 시 발생하는 손해배상금액을 계약서에 미리 정해 놓은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을 기획사에만 인정하고 연예인에게는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공정하기 때문에 무효다. 손해배상 예정 금액을 지나치게 높게 정한 것도 불공정해서 무효다. 공정위는 S엔터테인먼트가 탤런트 K와의 전속계약에서 계약위반 시 총 투자액의 5배, 잔여계약기간 동안 예상 이익금의 3배, 별도 1억 원을 배상하도록 정한 사례는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③ 기획사가 연예인의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불공정하다. 이와 관련 공정위가 불공정 전속계약 조사에 착수하자 S기획사는 ‘S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출연, S 방송 제작물에 최우선 출연’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연예인은 S의 매니지먼트 활동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S가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기획사가 연예인의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불공정하다.

전속계약이 형식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돼 불공정하다고 볼만한 조항이 없는 경우 연예인은 어떤 방법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을까? 전속계약은 장기간 연예인의 활동을 구속하게 되므로, 전속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획사와 연예인 간에 고도의 신뢰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획사 책임으로 이러한 신뢰 관계가 깨지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연예인은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17다258237).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연예인은 기획사의 배신행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① 연예기획업, 즉 예능과 관련된 용역을 알선,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받아야 한다(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6조 제1항). 등록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 종사한 인력을 확보하거나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러한 등록 없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영위하면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기획사가 위와 같은 절차와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경우 기획사가 관여한 전속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연예인은 계약해지와 무효 등을 주장할 수 있다. 

② 실무상 연예인이 가장 많이 주장하는 기획사의 배신행위는 정산내역 비공개, 정산 의무 불이행 등이다. 이와 관련해 기획사가 수익 발생을 숨기고 계약상 정해진 비율대로 정산하지 않은 경우 연예인이 신뢰 관계 상실을 이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다수의 판결이 있다(서울중앙지법 2010가합132751, 115067 등).

미성년자인 연예인이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전속계약을 체결하면 연예인은 전속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③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나 기획사 관계자 동생이 기획사 가수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그 동생이 미성년 여성인 연예인의 차를 운전하게 한 사안을 보자.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획사 측 행위는 연예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행동이며 기획사와 연예인 간의 신뢰 관계는 훼손됐다고 판단했다(2017다258237).

④ 미성년자인 연예인이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전속계약을 체결하면 연예인은 전속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미성년자가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할 때 가입신청서에 부모의 서명을 받는 것처럼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상식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부모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의 서명에 의해 전속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많다.

기획사는 연예인의 발굴 및 체계적인 육성·음반 출반·​TV 출연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는데, 연예인이 임의로 전속계약을 해지하면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연예기획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극히 드문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 같은 주장에도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그간 수많은 분쟁사례를 통해 가능한 일(Do)과 가능하지 않은 일(Don’t)이 정리된 만큼 기획사도 이러한 사정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영위해야 함은 분명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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