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뒷광고’ 논란의 여파가 크다. 연예인에 이어 인기 유튜버까지 줄줄이 사과 영상을 올리고 있다. “누가 제일 잘못했나”를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뒷광고 행위가 SNS 광고시장서 만연했단 거다. 하지만 이는 예견된 사태였다. 국내 SNS 광고 제재가 부실했던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월 1일부터 추천·보증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하지만 시장 정화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유튜브 뒷광고 논란이 커진 이유들을 짚어봤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시작한 SNS 뒷광고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뒷광고란 기업으로부터 받은 대가를 밝히지 않고 콘텐트를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논란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 가수 강민경의 유튜브 뒷광고 의혹에서 시작됐다. 한번 터지자 인기 유튜버들도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양팡’ ‘보겸’ 등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사과 영상을 올리고 자숙하거나, ‘쯔양’처럼 활동을 중단하는 유튜버도 나왔다.
뒷광고를 실토하는 유튜버가 줄줄이 나오는 데서 알 수 있듯, SNS 광고시장에서 뒷광고 행위가 만연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튜브 뒷광고 사태가 유독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10·20대의 상당수가 유튜브를 정보탐색원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은 관심 있는 주제를 검색할 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37.3%)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 이용 비율은 33.6%에 그쳤다.
이들은 유튜브를 주요 정보원으로 이용하는 만큼 신뢰했다. 지난해 대학내일20대 연구소가 만 15~34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정보 습득 채널로 유튜브가 뷰티(51.5%)·여행(24.2%)·맛집(20.5%)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를 자주 이용하는 동시에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 여겼는데, 이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사건이 터진 셈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유튜버를 믿었던 걸까.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유튜버는 대표적인 소비자 주도적 정보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과거 소비자들은 재화를 구매할 때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요즘은 그 대신 유튜브를 켠다. 기업이 전문적으로 만든 광고와 달리, 일반인이 직접 만든 리뷰이므로 ‘같은 소비자’라는 동질감을 가진다는 얘기다.
“시청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조회 수를 늘려주는 식으로 양질의 정보에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기업에서 돈을 받고 만든 광고였던 거다. 인플루언서와 그의 콘텐트를 전적으로 믿었던 소비자는 배신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영상에 유료 광고라고 명시했다면 의식하며 봤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 경계심 없이 정보를 받아들인 소비자들은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 SNS 뒷광고 사태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정부의 SNS 광고 가이드라인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에 따르면 광고주와 추천·보증인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하지 않았을 경우 부당한 광고에 해당한다.
하지만 심사지침에는 유튜브·인스타그램에서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를 어디에 어떻게 하는지 나와 있지 않았다. 지침이 TV·신문을 비롯한 기성 미디어나 블로그·카페 중심으로 작성돼서다. SNS 매체별 특성에 따른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 이유다. 미국·일본·영국 등이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 관련 규제에 영상 내 광고 표시, 게시물 첫화면 광고 표기 등을 권고해온 것과 상반된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매체별 광고 표기 방법을 담은 심사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9월 1일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동영상 광고는 게시물 제목 또는 영상의 시작과 끝에 광고 표시 문구를 삽입하되, 일부만 시청하는 소비자를 위해 반복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아프리카TV’ 등 실시간 방송에선 광고임을 수시로 표시하고 자막을 넣을 수 없다면 음성으로 알려야 한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내 광고 표기를 우선으로 하고, 본문에 넣을 땐 첫줄 또는 첫번째 해시태그에 넣어야 한다.
SNS서 만연한 뒷광고
SNS 뒷광고 사태가 터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있다. 소비자 기만 광고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에서 ‘표시광고법’을 어긴 업체 7곳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2억6900만원)을 부과했다. 인스타그램의 대가 미표시 광고에 가해진 최초의 법 집행이었다. SNS 광고 규제 논의가 수년 전부터 나왔는데도 실질적인 법적제재는 2019년에야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법 집행의 효과는 크다. 한국소비자원은 ‘SNS 상에서의 추천·보증 관련 제도 개선방안 연구(2019)’에서 “과거 블로그 광고가 많을 때 법 집행 이후엔 블로그에 대가 지급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게시글이 현저하게 줄었다”며 “그간 법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SNS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미표시한 게시글이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광고주에게만 집중된 처벌이 뒷광고가 이어지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표시광고법 제9조에선 ‘표시·광고 행위를 한 사업자’, 이를테면 광고주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 11월 공정위 단속에서 7개 업체가 3억원가량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는 동안 광고를 올린 인플루언서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은 이유다.
SNS 부당 광고 단속·처벌 약해
그렇다고 기업이 내야 할 과징금이 엄청난 것도 아니다. SNS 광고로 얻는 이익에 비하면 미미하다. 장석권 광고규제연구소 소장은 “표시광고법상 벌금은 1억5000만원 이하에 그친다”며 “중견기업 이상의 광고주라면 (광고 효과를 감안해) 단속에 걸리더라도 뒷광고를 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소장은 “개인 SNS 계정의 광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유튜버 채널은 개인 것이라도 하나의 매체와 같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인플루언서·유튜버가 부당 광고를 했다면 이들도 처벌하는 법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뒷광고 사태가 SNS 광고시장의 정화로 이어질까, ‘사과 릴레이’에 그칠까. 공정위의 ‘뒷북 개정안’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August 25, 2020 at 04:1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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